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스트리트파이터2를 하는 모습을 보고 그 게임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간단히 PC 에뮬에 키보드로 몇번 하는데, 레버와 버튼이 아니니까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찾아보니 라즈베리파이3로 게임기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두이노로 자동주행 로봇이나 로봇팔까지 만들어 본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게임 전용 OS 설치하고 게임 롬만 찾으면 될 것 같으니 뭐 별거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좋아하는 재료인 포맥스에 알리익스프레스 부품이면 되겠다 싶어서 일단 재료를 주문 했습니다.
15달러짜리 가장 많이 팔린 세트인 산와 카피 부품 2개를 주문하고 2주(알리 치곤 빨리) 후쯤 받아서 하루만에 파일럿 제품을 만들어 보니 할 만 하더라구요.
아래 허접한 물건이 미리 만들어 본 파일럿 라즈베리파이 게임기입니다. (본체, 조이스틱 분리형 ^^)
아이들도 스마트폰 게임만 하다가 레버와 버튼을 조작하는 게임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큰 식당 등에 있는 서비스용 부실한 오락기에 비해 부품의 조작 피드백이 명확하니 더 좋다고 했습니다.
와이프도 간만에 테트리스나 보글보글을 해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고도 하고...
그래서 본격적인 2인용 분리기통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옛날 오락실 케비닛을 시도해 보고 싶었지만,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만들어 본 사람들의 의견으로는 많이 말리는 분위기였습니다.
아마 부피 및 비용의 효율성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암튼, 포맥스 5T로 재단을 시작했습니다.
MDF로 많이들 하시지만, 저는 무게와 가공성 등을 고려해서 포맥스로 결정했습니다.
나무보다 가볍고 일반 커터로도 자를 수 있으며 5T 정도면 충분한 내구성을 가집니다.
가로 60cm, 세로 22cm 이며, 파일럿 제품보다 버튼을 좀 더 위쪽에 위치시켰습니다.
팜레스트 같은 효과로 오래 게임을 해도 손이 편하더라구요.
뒤쪽 높이는 5cm, 앞쪽 높이는 2.5cm로 책상위에 올렸을 때 가장 편한 각도로 구성했습니다.
라즈베리파이 케이스가 위치할 곳엔 환기 구멍도 여러개 뚫었습니다.
제작상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사이즈에 맞는 버튼용 구멍을 뚫는 건데, 비용은 좀 들지만 깔끔하게 홀쏘를 구입했습니다.
조이스틱용 22mm, 작은 버튼용 24mm, 일반 버튼용 28mm.
사운드는 hdmi를 통한 스피커 내장 모니터가 있어서 별도의 사운드 모듈은 넣지 않는 구조로 했습니다.
조립은 너무 간단합니다.
PVC 접착제를 동봉 된 주사기를 이용하여 아크릴 붙이듯 살짝 틈사이로 흘려 넣어주면 되니까요.
바닥재가 PVC 재질일 수 있으니 달력의 뒷면 등을 이용하여 받침으로 사용하시면 사고(?)를 방지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버튼을 부착할 시간.
파일럿으로 만들어본 클립식 버튼들은 구멍 사이즈가 조금이라도 크면 슬금슬금 튀어나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두번째 구입한 45달러 짜리 2인용 패키지는 버튼이 나사형으로 되어 있어서 매우 튼튼하게 조립됩니다.
시험삼아 가볍게 조였는데 나중에 풀려고 하다가 고생할 정도였으니까요.
산와버튼(카피) 같은 프레스 텐션이 무거운 제품이 아니라서 슈팅게임 할 때도 부담이 적더군요.
작은 버튼은 별도로 주문한 24mm 클립식이고, 일반 버튼은 28mm 나사식입니다.
이제 레버를 조립하고 버튼과 레버에 전선을 연결합니다.
산와식(?)레버는 5핀 커넥터 1개 였는데, 새로 구입한 세이미츠식은 2선짜리 4개 입니다.
그 다음, USB모듈을 3M 투명 양면 테이프로 붙이고 전선을 연결합니다.
레버 영역과 버튼 영역이 있는데, 레버는 상하좌우를 맞춰서 연결해야 하지만, 버튼은 아무데나 꼽아도 됩니다. 어차피 게임 OS(리콜박스) 콘트롤러 설정할때 간단히 지정하면 되니까요.
다음은 라즈베리파이3를 부착합니다.
Full HD 지원 초소형 컴퓨터가 5만원도 안되는 세상...
긴 usb선은 케이블 타이로 묶고, usb 모듈과 라즈베리파이3를 연결합니다.
투명케이스에서 hdmi, mini usb 포트가 바깥쪽으로 나오도록 사각 구멍에 밀어 넣습니다.
고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용도로 사용시 탈착이 쉽게하기 위해서.
포맥스는 약한 탄성까지 있어서 그렇게 해도 됩니다. ^^
일단 하단 작업 전에 테스트를 합니다.
리콜박스의 콘트롤러 설정에 들어가서 키매핑을 하고 테스트용 게임을 돌려 봅니다.
버튼 6개 모두 테스트 하기 좋은 스트리트파이터2 챔피온 에디션.
둘째 아들에게 과격한 테스트를 시킵니다.
좋아라 하고 하지요. (요즘 주력 케릭터는 베가)
혹시 모를 부품간 간섭이나 나사조임, 버튼 유격 등을 테스트 합니다.
테스트가 끝났으니 이제 하단 작업입니다.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수리등 작업을 위한 세군데의 분할 영역이 있습니다.
레버, 버튼, 배선 관련 수리 영역이 있어서 해당 부분만 열고 작업 할 수 있습니다.
5T 두께가 좁기 때문에 나사작업을 위한 포맥스 보조 파트를 작은 사각모양으로 만들어 pvc본드로 붙이고 드릴로 구멍을 뚫고 M3사이즈 나사로 고정합니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유리 미끄럼 방지 제품을 양면테이프로 부착합니다.
강하게 흔들면 조금씩 밀리더라구요. 나중에 고무발 같은 것으로 대체해야겠습니다.
화이트 케이스에 어울리지 않는 레버 고정용 철제나사를 수성페인트로 살짝 감춥니다. (이쑤시개 등으로 잘 펴줍니다.)
이거 너무 스틱키한 거 아냐? 할 정도로 떨어 뜨려도 마르면서 가라앉습니다.
이제 완성입니다.
기존 다른 분들 게임기의 장,단점과 먼저 만든 파일럿 기기의 불편함 등을 고려하여 재료나 각도, 부품 등을 선정하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완성한 지 2주 정도 된 것 같은데, 아주 튼튼합니다.
중학생 큰놈이
하도켄(아도~겐), 소류켄(어~류겐), 타츠마츠센쿠카쿠(아따따뚜~겐) 연습한다고 부서질 듯 흔들어도 괜찮네요. ^^
요즘 옛날에 많이 하던 게임 롬 파일을 하나씩 구해서 추가하고 있습니다.
사자마자 게임이 600개가 넘게 들어 있는 편리한 게임기 제품도 있지만,
추억을 더듬어 가며 인터넷에서 하나씩 찾아 키매핑, 딥스위치 설정하며 넣는 재미가 더 즐겁고 소중한 것 같네요.
[p.s.] 기존 파일럿 부품에 추가 주문한 버튼으로 새로 하나 더 만들고 있습니다.
[p.s. 2] 친구에게 깜짝 선물을 해 주려고 만들고 있었는데, 그 놈... 얼마전 11만원짜리 분리기통을 샀다네요. ㅋㅋ
[p.s. 3] 그래서 우리집엔 게임기가 두개(책상용, 외출용) 랍니다. ^^ (현재 한대는 분양)
[p.s. 4]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메인에 올랐네요. ^^
쪽지도 몇 분이 보내주셨는데, 제작요청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죄송합니다. 꾸벅!